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소설이 아니어도 좋은걸~
- 추천 대상:
- 창의적 혹은 창조적 사고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
- 막연한 개념이 아닌 구체적으로 창의적 / 창조적 사고에 접근하고 싶은 분
#3에서는 Part3 "마음과 심리학의 에디톨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창조적/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한 방법론적 책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한정되고, 축소되고, 나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사고의 방향과 범위가 정해져 버린 부분에 대해 짚어주는 책이라 할 것입니다.
Part3는 우리의 심리와 인식에 대한 부부이 어떻게 제한받고 있어왔는지를 다루는 부분으로 보입니다.
Part3 첫부분에서 우리가 현재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개인", "가정", "부부관계", "사랑하는 자녀"라는 개념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최근에 형성된 개념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개념 또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교육을 실천하였고, 그 교육을 통해 '원시적 감정'을 이성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합리적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것이죠. 즉 필요에 의해 위 개념들이 사회적 합의하에 형성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으로 풀어 나갑니다. 이미 여러차례 실험들이 티브이에서 다큐멘터리에서 실시되었고, 그 결과들은 한결같이 백인 외국인에겐 관대하지만 동남아 외국인들에게 무례한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의 기준이 되는 것이 "단선론적 발달관"입니다. 각 나라의 문화나 국가는 같은 그래프 상에서 발전 단계를 비교한다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각 나라의 수준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단선론적 발달관은 서구에서 비롯되었고, 그들의 입장과 관점에서 설정된 이 발달관은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가 그 선두에, 중간 어딘가에 한국이, 그리고 저 뒤에 동아시아 국가와 아프리카 국가가 있습니다.
경제적 부가 마치 그 나라의 수준이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이 세계관을 우리 또한 여과없이 받아들여 우리 인식 속에서 동작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라의 형성에서도 인식을 주도하고 만들어 나가는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한민족이란 이념으로, 이스라엘은 종교라는 부분으로 하나가 되기 어려운 이들을 하나가 되게 합니다. (이스라엘은 알다시피 건국 이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이들이 모여 나라를 이룬 경우입니다. 자그마치 2000년을 떠돌던 이들이 모여서 언어도, 문화도, 세계관과 가치관이 전혀 다른 이들이 모여서 하나의 나라를 이룬다는 것은 제 상식선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종교를 기반으로 그것을 이루어내었습니다)
우리나라나 이스라엘과 다른 케이스를 본문에서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미국입니다. 태생이 이민자들의 나라이고 하나의 민족으로 묶을만한 것이 없는 기반에서 시작한 나라지요. 그리고 본문에선 그 열쇠를 '행동주의'에서 찾습니다.
한 민족의 국가가 아닌 또 다른 공동체로서의 국가가 구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이나 역사 등의 문화적 배경과는 무관한, 독립된 개인을 연구하는 '미국식 심리학'은 아주 유능한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 바로 '행동주의'다!
..(중략)..
행동주의는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의 그 유명한 '침 흘리는 개'를 획기적으로 변형시킨 이론이다.
..(중략)..
파블로프의 개는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다. 그저 묶여서 먹이를 받아먹고, 종소리를 들을 따름이다. 침도 가끔 흘리고.
반면 '스키너 상자'에 갇힌 쥐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벽의 지렛대를 눌러야만 먹이를 얻어 먹을 수 있다. 먹이를 먹으려면 반드시 주인이 원하는 행동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보상과 처벌이라는 '강화'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유기체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미국식 이데올로기가 확립된 것이다.
..(중략)..
스키너의 행동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암묵적 토대가 된다. 즉, 성과에 따른 보상과 처벌을 다양한 방식으로 부여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본문 p310-311)
(스키너의 행동주의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제가 남긴 또다른 책 후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1을 참고해 주세요. 링크를 남겨 놓겠습니다.)
https://felahabe.tistory.com/53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의 나라에서 발생 가능한 많은 문화적 차이를 기인한 갈등을 심리학, 지능검사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다.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여 그 기준에 맞춰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다소 과격해 보이는 표현이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멀쩡한 사람들을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에 넣어서 반쪽으로 찢어 서로 피 터지게 싸우게 만드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술수를 보면 말이죠.
뒤이어 나오는 프로이트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생략합니다. 전 현재의 모든 것을 마치 과거의 사건들을 통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말하는 프로이트의 사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소제목으로 "책은 끝까지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혀 있는 것도 하나의 근거로 삼겠습니다.
이제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창의적/창조적 그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으며 언제나 어떤것을 모방하고 나름대로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은 탄생한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창의적/창조적 사고나 행동을 하기 앞서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암묵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여러 가지 요소와 사회적, 문화적, 심리학적 장치 또한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한 번은 의심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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