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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 어디가~ 시즌2

[시즌2 #59] 불안 장애 아들의 시험 보기!!

by 현명소명아빠 2022. 10. 8.
김집사 어디가 시즌2 #58
불안장애 아들의 시험 보기!!

앞선 글들에서 적었듯, 김집사의 아들은 불안장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내고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학교 차원의 배려와 코로나 시국이란 특별성이 조합되어 일주일에 한 번 보고서 및 계획서를 제출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은 가정학습으로 대체할 수 있어 그나마 자퇴하지 않고 중학교 마지막 시기를 간신히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정학습으로 학교 생활을 대체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시험은 봐야 합니다. 그리고 김집사 아들내미는 이미 이 부분에 대해 너무 힘들어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중2 때 시험 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잠들어 버린 사건, 시험 보려고 학교 앞까지 갔다가 불안이 도져서 다시 집에 돌아와 집에 그냥 왔다는 것조차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댔던 사건까지... 참으로 여러 일이 이미 있어왔기에 김집사와 아내 장집사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김집사 부부의 고민을 모르는 듯, 웬일로 아들내미는 시험공부를 한다고 2주 전부터 나름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더 불안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무 부담 없이 단지 시험 보러 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토록 힘들어했는데, 시험공부까지 하고서 만약 못 간다면... 그 상처와 부담감은 얼마나 더 클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결심하고 시험공부를 준비하겠다는 것을 억지로 말리는 것도 부모로서 할 일은 아니니 여러모로 고민과 시름이 깊어지는 나날이었습니다.

 

시험 전날이 되니 아들도 그 자신이 못 미더웠던지 넌지시 이런 말을 건넵니다.

 

"... 저 시험 못 봐도 뭐라 하지 마세요..."

 

그 안에 담긴 중의적 의미를 모를 바 아니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듣지 못하고 그냥 혼자서 시험을 준비하니 성적이 잘 나올 리 만무한 것을 걱정하는 것과, 혹시 가서 시험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을 걱정하는 마음이 함께 있었겠지요.

 

그래서 김집사와 장집사는 이렇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아들... 네가 얼마나 힘들지 엄마 아빠는 다 알지 못해. 그렇지만 너가 정말 어려운 결심을 하고 시험을 보러 갈거라는 것은 알고 있어. 엄마 아빠는 성적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정말 1도 생각하지 않아. 다만, 너가 기왕 시험 볼 거라면 조금 덜 힘들게 다녀왔으면 해... 그게 전부야"

 

그 말을 들은 아들내미는 그제야 조금 미소를 짓습니다.


시험은 다행히 너무 길지 않은 이틀간 진행되었고, 시험 아침은 그나마 불안감을 덜해주기 위해 엄마표 특제 아침상을 차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김집사와 장집사는 출근하였지요.

 

출근하고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너무 긴장하다가 그냥 자버리는 건 아닐까? 교문 앞까지 갔다가 저번처럼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닐까? 

 

그 모든 불안감을 가슴에 품고 오전을 보냈는데, 점심 무렵이 지나서도 아들에게 톡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김집사가 다급히 장집사에게 물어봅니다.

 

"아들한테 연락 왔어요??"

"아니... 집에 전화해봐도 받지는 않던데... 갔다 왔으면 톡을 남겼을 텐데 이상하네..."

 

그 짧은 대화에서도 장집사가 품고 있는 깊은 걱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불안감을 조심스럽게 나누던 중 장집사가 갑자기 밝아진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행평가도 오늘 몰아서 본다고 했어요. 그것 때문에 늦나 보네..."


다행히 아들은 이틀간 시험을 잘(?) 마쳤고, 잘 귀가하였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성적에 연연하였던 김집사 부부는 이제 성적은 1도 관심 없이 단지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고 오는 것만으로 감사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안고 살아가지만...

지금은 단지 아들이 무사히 (현시점에서 가장 큰) 도전을 잘 마친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리고 제 '기대 속 아들'을 생각하며 불평하지 않고, '현재의 아들'을 있는 그대로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뿐입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마태복음 6: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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