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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 어디가~ 시즌2

[시즌2 #58] 불안장애 아들과 외식하는 법

by 현명소명아빠 2022. 9. 17.
김집사 어디가 시즌2 #58
불안장애 아들과 외식하는 법

 

추석 연휴가 끝나갈 즈음이었습니다. 연휴가 끝난 장집사는 출근을 해야 했고, 김집사는 회사에서 하루 더 쉬게 해 주어서 집에 김집사와 아들만 있던 날이었습니다.

 

어느 부모나 다 그렇겠지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유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만 하는 아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싶을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김집사와 장집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출근하던 장집사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김집사에게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아들 데리고 맛있는 곳에 가서 밥도 먹고 좋은 시간 보내라고 말이죠. 

 

더군다나 바로 그 전날 아들을 크게 혼낼일이 있었던 터라, 김집사 또한 더 주눅 들어 있던 아들과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터였습니다. 


불안장애가 있는 아들과 외식을 할 때 가장 먼저 김집사가 고려하는 것은 장소보다는 시간입니다.

 

최대한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 식당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블로그에 혹은 방송국에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기겁하는 아들이기에.. 시간을 잘 정해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곳만 찾아서 가자니... 굳이 맛없는 곳을 데려가고 싶지 않은 것도 부모 마음인지라 늘 외식을 앞두고는 고민이 많아집니다.

 

이날도 여러가지 고민 끝에 2군데의 음식점을 목록에 넣었습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도 오히려 거부감을 표시하고, 너무 적으면 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조차 없을 거 같아 2군데 정도 선택지를 정해놓곤 합니다. 2군데 정도의 선택지가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도 꽤 많은 시행착오와 맘고생이 필요했었습니다.

 

어쨌든... 한군데는 전에 한번 가고 싶어 해서 가봤지만 하필 문 닫은 날이라 못 가본 중식당이었고, 다른 한 군데는 이미 장집사와 검증을 해 본 브런치카페였습니다. 문제는 역시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일어나긴 했는데, 나가는 것이 부담되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씻기 싫은 이유 때문인지... 계속 침대에서 뭉그적 거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화내면 그날 외식은 그냥 끝임을 경험으로 알기에 김집사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 정도로 마무리 합니다. 그러나 11시 반전에는 음식점에 도착하길 바랬던 김집사의 바람과는 다르게, 역시나 12시가 넘어서야 집에서 나서게 된 부자지간입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준 끝에 집 근처 브런치카페로 갑니다.


그런데... 아.뿔.사...

 

평일 점심에 브런치 카페를 가본 적이 없던 김집사는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으리라곤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참 많아도 너무 많더군요. 겨우겨우 최대한 구석자리로 간신히 자리를 잡고 메뉴 주문까지 마쳤는데.... 아들의 얼굴이 심상치 않습니다. 손님이 많아 대기 시간이 30-40분은 잡아야 된다고 하니, 얼굴빛이 더더욱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들이 자기는 차로 가 있겠다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이해는 하지만, 혼자서 주차장에 있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어 말려보지만 도통 듣지 않습니다. 결국 아들은 음식점 밖에 있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갑니다. 

 

핸드폰 배터리라도 충분했다면 더 좋았으련만, 밤사이 제대로 충전하지 않은 핸드폰은 5%도 채 남지 않았고, 그나마 연락을 받기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더더욱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아들을 말리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나가고 난 뒤 김집사는 혼자서 40분 동안 테이블을 지키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온 뒤에도 아들이 들어오지 않아 음식점 밖을 계속 들락날락 거리며 김집사는 서성였지만 아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오 분여를 더 기다리다 혹시 혼자 집에 간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려던 그때... 아들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아들과 모처럼만의 외식은... 별 대화는 없었습니다.

 

아들도 나름 미안해 하는 눈치였고, 김집사도 겨우 맘돌린 아들에게 뭔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최대한 맛있게 먹으려 노력합니다. 불안장애를 겪으면서 집에만 거의 있는 아들은 부쩍 식욕도 줄고, 먹는 양도 줄어서 예전에 비해 훨씬 적은 양만 먹고 수저를 내려 놓습니다.

 

겨우겨우 식사를 다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나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과 손세차를 한 번 해볼까 하는... 그래서 아들에게 물어보니 본인도 궁금했던지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다음날 비예보가 있어 전체 세차는 무리지만, 전날 차를 험하게 탄 터라 바퀴랑 하부 세차는 해야 했기에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이라 낯설어하지만 이내 고압수를 시원하게 쏘아내는 노즐을 잡고 나름 신나하는 아들을 보니 데려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시간이라 손세차장에 사람도 거의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듯 싶습니다. 다 끝내고 나니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나중에 전체 세차도 같이 와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아들이 툭 던지듯 말합니다.

 

"아빠... 아깐 죄송했어요."


그 일이 있은 다음날 김집사가 무거운 마음으로 아침에 말씀을 읽는데 이 말씀이 마음에 깊게 와 닿았습니다.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의 목자라
문지기는 그를 위하여 문을 열고 양은 그의 음성을 듣나니
그가 자기 양의 이름을 각각 불러 인도하여 내느니라 (요한복음 10:2-3)

김집사의 이름을 부르셨고 인도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아들의 이름 또한 부르시고, 인도하실 것이라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으라고....

 

그 따스한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여 김집사의 마음에 깊은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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