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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소설을 읽읍시다~

퀴즈쇼 / 김영하 / 문학동네

by 현명소명아빠 2020. 8. 7.

저에게는 소설가 김영하는 '살인자의 기억법'과 같은 영화화된 인기 소설가이기보다는 '알뜰신잡'에서 문학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포괄하는 폭넓은 이야기로 저의 짧은 지식을 채워주신 분으로 더 기억되는 분인 거 같습니다.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김영하 소설가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김영하 소설가의 책 '퀴즈쇼'입니다.

 

퀴즈쇼
김영하 장편소설

이 책의 주인공 '민수'는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은 아닌 듯합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말이죠. 언제부턴지는 모르지만, 외할머니 혹은 엄마라 불렀던 최인숙 - 최여사라 불린 - 과 함께 자라났습니다. 그는 꿈도 노력도 없이 그냥 흘러가듯 그렇게 지내온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의 그런 허약한 환경을 지탱해주던 두 축인 최여사와 그의 여자 친구 빛나 모두 그의 곁에서 멀어져 버립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최여사의 죽음으로 인해 빛나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된 민수가 빛나와 의도적으로 멀어지려 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도 그의 모습은 '주도적'이란 말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최여사의 죽음과 그 뒤에 찾아온 빚쟁이들을 통해 고시원에서의 삶조차 지탱하기 어려운 상태로 내몰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경제적 활동을 위한 진지한 노력도, 뻔히 속내가 보이는 빛나의 도발에 대한 그의 태도도... 어느 것 하나 쉬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하는 말이 "인생에는 먹고 살고 돈 벌고 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의 무엇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추구하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허망하다'라고 읊조려 딱히 민수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빛나에게조차 비웃음을 삽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위안과 핑계속에서 그 어떤 것에도 열의를 가지지 못하던 민수는 인터넷 채팅방 중 '퀴즈방'에서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소위 돈 버는 데는 소용이 없지만, 다양한 그의 지식이 빛을 발하는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민수는 '벽속의 요정'을 만납니다.

 


 

이 이야기에서 민수가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해서 더 나은 사람으로 달라지는류의 이야기를 기대하신 분들은 이즈음 책을 덮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반대로 그의 그런 평범하지 않지만 쉽게 변하지도 않는 그의 모습 때문에 다소 허황되어 보일 정도의 상황을 겪게 되는 것이 오히려 타당성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시련은 역시나 사람을 성장케 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자신을 진심으로 바라봐 주는 사람의 가치는 알아보는 이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장 저의 아이들만해도 바쁜 학업과 일과 후 시간을 보내고 있고, 친구들과의 만남은 게임이나 SNS로 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를 우선하는 세대, 오프라인 만남보다 온라인 만남이 더 자연스러운 저의 자녀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 살짝 엿본 듯하여 씁쓰레한 마음도 한편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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