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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 어디가~ 시즌2

[시즌2/#2] 미니멀리즘의 첫 시작은 역시 뒤집어 엎기!

by 현명소명아빠 2019. 9. 30.

김집사는 아내의 '말씀'을 잘 듣는 편입니다.

 

토를 안다는 것은 물론이고, 웬만하면 그 의견에 적극 동참하는 편이지요. 무서워서 그런다기보다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러려니... 해주셨음 합니다.

 

그런 김집사이지만, 이번일만큼은.. 하루 뒤의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알았더라면, 아마 한 번쯤은 만류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 시작은 책장 정리였지요. 

 

토요일 이른 오후... 오전에 잠시 나갔다 들어온 김집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김집사네 책장은 현관 입구에 붙박이장처럼 되어 있는데, 그 책장이 활짝 열려 있고, 안에 있던 책의 거의 절반 이상이 현관 근처와 거실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었죠.

 

놀란 눈으로 책더미 주변에 앉아 있는 아내를 쳐다보니, 단 한마디 할 뿐이었죠.

 

"책 정리하자!"

 

그 한마디로 모든 상황은 정리되었고, 김집사도 편한옷으로 부랴부랴 갈아입고 그 대열에 합류합니다.

 

사실 이때까지만해도.. 

 

'뭐 이정도쯤이야...'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책정리는 김집사도 해야지 해야지 하던 일이었기도 했고, 요즘 들어 부쩍 아빠의 책을 노리고 있는 아들의 모습도 예뻐 보이기도 해서, 아이들 보기 쉬운 책, 그리고 김집사 나름대로 주요 작가별, 카테고리별로 책을 정리하기로 합니다.

 

역시 들춰보니 보이는 것이 있긴 했습니다.

마지막 읽은 날짜가 4-5년전인 책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끝내 손도 안 댄 책까지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합니다.

버리고 정리하고를 반복하며 현관에 앉아 열심히 정리하고 표기하고 있는데, 거실이 더 어질러 보입니다.

 

아내가 거실 책장에도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거실 책장은 아이들 책으로 가득한데 거기도 버리기와 정리를 시작한 것이었죠.

그것을 시작으로 아이들 각자 방에 있는 책과, 부엌쪽 선반에 있는 책, 만화책 등이 모두 거실로 쏟아져 나왔지요. 하나 마치고 다른 하나를 시작하는 김집사와는 다르게 화끈하게 한 번에 엎어서 한꺼번에 정리하는 스타일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러려니 해야지요.

 

 

아이들은 둘다 놀러 나간 시간에 점심때부터 5시간 정도를 꼬박 정리해서 버릴 것과 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책은 일일이 알라딘앱으로 바코드를 찍어서 천 원이라도 받고 팔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여 정리합니다.

(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헌옷삼촌을 불러서 이 책들을 킬로로 달아서 팔았다면 그것도 얼마는 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역시 일은 너무 서둘러 시작하면 안 될 거 같네요)

 

 

그. 런. 데..

 

거기가 종착지가 아니었나 봅니다. 

 

빈 거실 책장과 그 옆에 있던 소파를 쓱 보던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버리자!"

 

김집사는 소파와 책장을 아내와 함께 밖으로 옮기고, 경비실에 연락해서 딱지를 뗍니다.

 

거실 책장을 처음 이케아에서 사다가 조립하던 때가 머리를 스쳐가고, 지금 집으로 이사할 때 선물 받은 소파를 한번 더 손으로 쓸어내려 봅니다.

 

그리고 들어오니 좁게만 보이던 거실이 나름 넓어 보입니다.

 

'그래 고생은 됐지만... 이 정도면 보람이 있네'

 

라고 생각하니 나름 뿌듯하기도 한 김집사였습니다.

(물론 허리는 끊어져 나가는 듯하여 파스를 붙였고, 엄청난 먼지로 인해 비염이 빵 터져버렸지만 말이죠)

 

 

그렇게 모든 일이 정리되는 듯 보였습니다. 거실에 가득 버릴 책들이 있었지만 나름 큰 비닐 가방에 담아서 내일 재활용 때 버리기만 하면 될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예배와 성가대 연습까지 마치고 집에 오니 4시 반쯤..

집에 와보니 아내의 모습이 안 보여 김집사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아내가 그새를 못 기다리고 낑낑대며 그 무거운 책임을 밖으로 옮기고 있었습니다. 얼른 같이 도와서 책을 재활용 자리에 내놓습니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이 가져갈까 싶어 시리즈는 책이 잘 보이게 옆에 따로 놓아둡니다.

 

책짐에 불필요한 이불 건조대까지 다 분해해서 내놓고 나니 5시 반쯤 되어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좀 쉬나 싶었습니다. 

 

그. 런. 데..

 

아내가 다시 낑낑대며 김집사를 부릅니다.

이번엔... 침대 밑에 있던 겨울이불, 겨울 옷 박스들입니다.

 

그 박스들을 다 거실로 꺼내고, 침대를 옮겨가며 밑에 먼지를 싹 청소기와 물티슈로 2중으로 청소하고, 꺼내놓은 짐들은 다시 풀어서 버릴 옷과 이불을 다시 추려냅니다.

 

이 간단해 보이는 2줄의 작업을 다 끝내니 새벽 2시였습니다.

 

김집사는 다음날 출근 때문에 먼저 잠들고 아내는 거의 새벽 4시까지 정리를 더 했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묻습니다.

 

"엄마, 아빠 왜 이렇게 버리는 거예요? 아깝게?"

 

그래서 대답해 줍니다.

 

"우리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이 파악도 안 된 채로 소유만 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니라 번거롭고 권태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버리고 정리함으로써,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들을 사고 있어 왔는지를 그제야 깨닫게 됩니다.

 

1년 아니 6개월만 안 쓴 물건이라면 버리는 게 맞습니다.(일부 공구들 제외하고요)

앞으로도 안을 확률이 크니까요.

 

아내는 이 일이 경제공부의 실천의 일환이라고 얘기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 그것이 첫 시작이라는 거죠.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왜냐면 김집사네 미니멀리즘은 완료가 아닌 이제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다른 모든 관점을 차치하더라도 꼭 미니멀리즘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에는 영구한 도성이 없으므로 장차 올 것을 찾나니.." (히브리서 13:14)

 

우리는 이땅에 나그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그네란 뜻은 2가지를 의미합니다.

 

1.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2. 돌아갈 본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떠날려면 몸이 가벼워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그러했던 것처럼, 야곱이 그러했던 것처럼.. 떠나라는 말씀을 받으면 떠나야 하는 것이 믿음의 사람들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고 내 시선이 하늘 본향이 아닌 이 땅의 것들에게 향해 있으면 떠날 수 없습니다.

롯의 아내처럼 소금기둥으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버리는 것도 연습이고 훈련인것을 김집사는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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