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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청소년자녀에게 권하고 싶은 도서들

2미터 그리고 48시간 / 유은실 / 낮은산

by 현명소명아빠 2021. 8. 28.

2미터 그리고 48시간
유은실 / 낮은산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12608

 

2미터 그리고 48시간

낮은산 청소년문학 키큰나무 시리즈 17권.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우리 동네 미자 씨』 『변두리』 등, 따뜻하고도 예민한 시선으로 세상을 살펴보고 그 속의 여린 존재들을 보듬는 이야기

book.naver.com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도 낯선 '그레이브스병' 환자입니다. 일종의 갑상선 질환이며,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그중 주인공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눈이 튀어나오는 증상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질병도 증상도 아닐지 모르지만, 한창 자의식이 형성되고, 주변의 시선에 예민해질 나이의 아이에게 원치 않는 형태의 외모의 급격한 변화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작가는 작품 전체를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병으로 인한 외모의 변화로 인해, 안 그래도 가정 형편과 편부모 가정 그리고 아버지의 무능력함을 인식하며 힘들어하는 주인공의 삶을 그나마 있던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만들며, 그의 학창 시절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립니다. 

H와 S가 내 마음 한가운데서 2미터 밖으로 물러나 버렸다. 저만치 떨어진 그들이 작아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조그만 존재로 줄어든 것만 같았다. 쓸쓸하고 초라했다. 그래도 둘 앞에서 나는 친구를 연기할 것이다. 혼자가 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주인공에게 있어 2미터는 상징적이 의미의 거리인 거 같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그리고 나의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 짓는 상징적인 거리 2미터..

 

특히 그레이브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한 후 강박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과 2미터 간격을 유지하려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 자신의 인생이 너무도 힘들지만,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아픔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인공의 따뜻한 맘음을 느끼게 됩니다. 


자신의 삶도 너무도 힘들지만, 따뜻하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엄마와, 무관심한 듯 하지만 그래도 누나를 도와주려 애쓰는 동생... 하지만, 가족만으로는 사춘기 아이의 삶을 온전히 채워줄 수가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으로 인해 안 그래도 스스로를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게 만들던 주인공은 더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던 중 방사성 요오드 치료 후 사람들이 붐비는 와중에 2미터 간격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던 주인공이 탈진하여 쓰러질 뻔할 때.. 뜻하지 않은 이가 주인공의 곁에 나타납니다.

누구세요?

내가 답했다.

응, 나 인애

'인애?'
인애가 누굴까. 내가 아는 인애는 짝 E뿐이다.

김인애?

응, 참 내 번호 모르지
할머니랑 같이 쓰는 거라

어...... 고마워. 기억해 줘서. 잘 끝났어 보충 시간이잖아 샘한테 걸리면 혼나니까 문자 그만해

나 학교 안 갔어

왜?

너 때문에

나 때문에?

응. 고개 들고 왼쪽을 봐
...
"김인애, 너 왜 여기 있어?"
"너 때문에."
"나 때문에 여길 왔다고?"
"어, 너 쓰러질까 봐 걱정돼서."
어이가 없었다. 우리는 친구가 아니었다. 그냥 우연히 짝이 되어 나란히 앉은 애들이었다.

비록 피폭이 걱정되어서 절대 2미터 이내로 들어오진 않고, 수고비로 사발면을 사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우리 시대의 우정의 모습과는 조금 다를진 모르지만.. 친구를 걱정하고, 걱정에서 끝나지 않고 함께 해주는 '행동'으로 우정을 증명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남들만큼은 못해줘도 그래도 부족함 없이 키운다 생각이 들면서도.. 한 번씩 아이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부모 슬하의 아이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회를 만들어 가며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도 보낸 적 있는 나이를 나의 자녀들이 청소년기로 보내고 있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시기를 또한 보내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어려움을 서로 행동으로 함께 이겨나갈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의 자녀들이 청소년기를 잘 보내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하는 누군가의 '친구'로 잘 자라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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