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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재미는 좀 없지만 필독!

떨림과 울림 / 김상욱 / 동아시아

by 현명소명아빠 2019. 10. 24.
  • M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재미는 좀 없지만 필독!
  • 추천 대상:
    • 학창 시절 과학에 학을 떼서 과학에 다시는 흥미를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
    •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갑자기 어려워지는 과학을 접하기 전 물리학을 전반적으로 훑어보고 싶은 예비 중학생

이 책은 사실 배경지식이나 어떤 추천 없이 도서관에 들렀다가 충동적으로 선택한 책입니다. 제 블로그에서도 이미 나눔을 했던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님의 책 열두발자국을 빌리러 갔다가 눈에 띄길래 집어 들었던 책입니다. 

 

이 책 나눔글은 이전에 글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으려 하는데요. 이전에는 책 내용을 바탕으로 저의 의견을 더 중점적으로 적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 글은 지식의 전달보다는 책소개 자체에 좀 더 집중하려 합니다.

 

책 제목이 "떨림과 울림"인 이유는 물리학적으로 물체의 진동에 대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것에서 따왔지만, 진동이 차가운 느낌이라면 저자는 좀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용어인 떨림이란 단어를 선택하여 제목을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이 책은 천체물리학부터 양자역학까지 거대한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리학법칙부터 눈에 보이지 않고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부분으로까지 골고루 건드리며 내용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힘들에 대한 것과 에너지에 대한 부분까지 언급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무엇이 좋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전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너무 심각하거나 어깨에 힘주지 않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쪽은 왠지 어렵다고 느껴져 가까이 못할 영역으로 쉽게 느껴지는 데다가 용어들 자체가 어려워 분명 같은 나라 말을 쓰고 있음에도 외국인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은 것이 솔직한 제 심정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습니다.

 

듣는 이를 비과학적 독자로 상정하고 쓴 글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쉽고 어렵지 않게 그렇지만 건성건성 하지 않는 전개를 느낄 정도의 전문성은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균형을 잡으며 적어 내려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위에 추천 대상에 제 아들과 같은 예비 중학생을 넣은 이유도, 갑자기 공식으로 물리를 접하기 전에 물리학의 영역과 어떤 발전 과정을 통해 진행되어 왔는지를 훑어볼 수 있다면 과학에 대해 조금은 덜 위화감을 가지고 그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입니다.

 

이런 저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적어 봅니다.

첫 챕터에서 저자는 빛의 탄생, 속도, 성질 등에 대해 조금은 어려운 내용들을 그래도 쉽게 기술하면서 그 마무리를 아래와 같이 적고 있습니다.

지금은 밤조차 밝아서 별을 많이 볼 수 없다. 하지만 밤이 밤다웠던 시절, 사람들은 책이나 TV보다 별을 더 많이 보았을 것이다. 초저녁 밝은 빛을 내는 금성은 인기 연예인이었을 것이고, 여름밤의 은하수는 공짜로 즐기는 블록버스터였으리라. 계약직 연구원으로 독일에 머물던 시절, 나는 그렇게 우주를 어렴풋이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본문 p24)

 

공간과 물질의 크기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저자는 재밌는 비교를 들며 적고 있는데요.

이제 크거나 작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공간의 스케일 이야기다. 헌혈할 때 쓰는 주삿바늘의 지름은 1,000분의 2미터(혹은 2밀리미터)쯤 된다. 머리카락을 20개 정도 늘어 세울 수 있는 거리다. 꽃가루라면 1만 개가 들어간다. 대장균은 300만 마리가 들어가니까 대장균이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수다. 하지만 대장균은 여전히 바이러스보다 100배 이상 크다. 바이러스는 수소 원자 300개 정도의 크기다. 원자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원자도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자핵은 원자 크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이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들어 있고, 이들을 더 쪼개면 쿼크가 존재한다. 여기까지가 물리학이 실험적으로 도달한 가장 작은 스케일이다. (본문 p33)

 

그리고 빅뱅이론, 즉 우주의 시작에 대한 과학자의 식견을 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출발점은 다른데 의외의 지점에서 같은 질문으로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만나는 지점이랄까요?

우리는 누가 왜 연극을 제작했는지, 아니 왜 우주가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주가 항상 존재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는지는 알고 있다. 철학자 칸트는  그의 책 "순수이성비판"에서 우주에 시작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두 정당화될 수 있어 이율배반이라고 했다. 우주에 시작점이 있다면 무한한 시간 가운데 하필 그 순간 시작했을 이유가 없고, 시작점이 없다면 모든 사건 이전에 똑같이 무한한 시간이 있어야 하므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즉, 이성으로는 답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주의 시작점에 대한 질문을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 만들었다.

..(중략)..

우주가 팽창한다는 말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면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뜻이니, 우주에 시작점이 있다는 거다. 바로 빅뱅이론이다.

빅뱅이론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언급해두어야겠다. 우주에 시작이 있다는 사실이 바로 기독교의 창조론을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 1950년대 기독교계에서는 빅뱅이론이 창조론과 모순되지 않으며, 나아가 그 증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전에 "과학 vs 신학?" 카테고리의 "무신론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에서도 한 번 나눴던 것처럼 저도 과학은 신학과 상반된 위치에 있다고 막연히 생각해왔었지요. 그런데 과학에 대해 책을 통해 하나하나 조금씩 알아가면서 상반된 위치가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과학에 대한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좋은 점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 중 하나는 남녀평등의 이유를 과학에서 찾았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밀도는 자발적으로 균일해지려 하는 성질인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동일해야 함에도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저자는 책에서 과학고에서 여학생을 입학시키지 않는 것을 예로 들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유성생식은 특별하다. 유성생식이란 서로 다른 성을 가진 개체가 만나 각자의 유전자를 절반씩 기여하여 자손을 남기는 생식 방법이다.

..(중략)..

유성생식은 잘해봐야 유전자의 절반을 남길 수 있을 뿐이다. 절반이라도 제대로 남기려면 우선 유성생식을 할 상대를 구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찾기 이전에 과학적 원칙은 간단하다. 남녀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남성은 정자를 제공할 뿐 임심 하는 것은 여성이다. 이 때문에 번식을 하는 데 있어 남성과 여성은 대단히 불평등한 지위를 갖는다. 아기는 남녀의 유전자를 절반씩 가지고 있는데, 9개월을 생고생하는 것은 여성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난 수집 년간 우리 사회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그 반작용인지 이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넘어 혐오까지 넘쳐나고 있다. 돌이켜보라. 역사는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불리한 여성의 지위를 이용하여 착취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유전자는 똑같이 절반을 남긴다.

번식 과정에서 여성의 희생이 크다면 남성이 남녀관계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뒤이어 나오는 물리학의 여러 영역에 대해 일일이 기술하기에는 제 자신의 지식이 너무 짧아 어렵습니다. 다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접근 문턱이 낮으니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은 시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정재승교수님이나 김상욱교수님과 같이 일반인을 위한 과학책을 더 많이 써주시길 바라는 마음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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