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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같은 세상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 예롱 / 뿌리와 이파리

by 현명소명아빠 2019. 12. 12.
  • M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 추천 대상:
    • 인종차별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갖고 싶으신 분
    • 차별의 정의에 대해 실제 예를 통해 알고 싶으신 분
    • 한국 사회에 차별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알고 싶으신 분

이 책은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고른 책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공공장소에서 외국인 특히 한국 사회에서 호감(?) 외국인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흑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대한 책으로 생각되었는데, 실제 내용은 저자와 그의 남자 친구 만니와의 일상 속에서 실제 겪은 차별과 한국의 차별문화에 대해 기술한 책입니다.

 

그림체도 예쁘고 이해를 돕는 책이라 꽤 두꺼운 책임에도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빠른 책입니다. 저자 소개글에서처럼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원래 그래 왔으니까란 이유로 어떤 이들에게 잔혹하게 차별을 해온 부분에 대해 명확한 인지를 할 수 있게 돕는 책입니다.

 

첫 화부터 내용이 강렬합니다. 흑인 남자 친구인 만니와 저자가 함께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의 반응에 대해 적고 있는데요. 과연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례한 반응이 외국인 특히 흑인이란 이유로 당연하다시피 넘어가 버리는 여러 사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문화권에서 쭉 살아온 이들은 발견하기 힘든 차별적 요소..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남자 음식의 양과 여자 음식의 양이 다른 부분이나 미의 기준이 다른 부분과 같이 '원래 그래 왔잖아'라고 넘기기 쉬운 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차별임을 발견해 내는 부분도 신선했습니다.

 

문화적 차이가 사고방식의 차이에도 큰 영향을 주는 예도 흥미롭게 봤는데요. 

한국사람의 '배려'가 외국인에겐 '추측'으로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사람은 흔히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럴거야', '이렇게 생각할 거야'라고 여기며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그런 모습이 사려 깊은 모습이라고 은연중에 배워왔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만니의 문화에서는 의사표현이 직설적이고 상대방의 의견과 선택을 더 존중하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데, 이 문화와 한국 문화가 만나면 한국 문화 입장에선 배려를 거부당하는 것이 되고, 만니의 입장에서는 의견을 묻지 않고 함부로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인지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것에 대한 저자의 해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 오로지 나의 문화가 전부만은, 정답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내가 가진 틀부터 부숴야 될 것 같아.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의 문화'를 유지하더라도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강요하지 않으면 되는거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그거였어 (본문 p190-191)

 

1) 문화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2) 차이가 무엇인지 바르게 알고, 3) 차이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차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부분은 21화 '저희는 배려받고 싶지 않아요'입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젠더 스터디를 전공한 분께서 진행한 세미나를 들으러 가서 던진 질문은 저자가 정의하는 차별은 무엇인가 였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함께 보고자 합니다.

저는 차별을 이야기할 때, 차별 그 자체보다는 '보편의 존재'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일단 학계의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한다면 이런 거예요.
차별이란 어떤 사람들을 그룹으로 묶어서, 우리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대하는 모든 것.
우리와 다른 너희를 인위적으로 대상화하고 따로 분류해서 비교한다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보편적인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너희'라는 다르거나 틀린 타자 집단을 설정해야 하니까요.
이때, '너희'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마이너리티"라고 합니다.
'너희'를 만들어서 더 나은 '우리'를 만든다...
(예 : 비장애인들이 스스로를 보편적인 사람으로 규정함으로써 비장애인 위주의 세상을 건설하고 장애인에 대해 불쌍하고 다르게 대해야 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함)

그래서 '차별'이 꼭 피해를 입거나 남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만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는 거죠.
맞아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배려하거나 대우해 주는 것도 상황에 따라 차별이 될 수 있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진짜 동감해요
배려는 받아들이는 사람이 배려라고 생각해야 배려죠. (본문 p224-229)

 

이어서 나온 사례는 더 끔찍합니다. 먹던 음식이나 사탕, 돈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의 의사와 무관하게 전달하고, 만약 거절하면 자신의 배려를 무시한다고 도리어 화를 내는 모습들.

 

좋은 의도면 차별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태도들에 대해 저자가 분명히 짚어 주고 계시고, 너무 와 닿고 제 자신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차별은 인간대 인간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차별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를 위한 시설에 대한 규정이 필요한데, 편의 시설인 백화점이나 영화관같은 곳에서조차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상실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비용적 문제, 인식의 부재의 문제로 인해서 누군가는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고 감사하다고 사례해야만 하는 모습을 자아내게 하는 문제입니다.

 

정말로 차별이 없는 사회는 배려를 받아야만 하는 사회가 아니라 배려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된 사회일 것입니다.

 

또한, 성적인 차이로 인해 겪는 차별도 언급됩니다. 사실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도 강경한 페미니즘만 부각되어서 오히려 역차별의 모습으로 비치고 있어 안타까움도 있는 동시에 실질적인 남녀 성차별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여성으로서만이 아닌,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까지 중복되어 나타나는 차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굳이 적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이 주제에 대해 들었을 때 쉽게 떠올리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 이런 차별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는 반증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남성들이 하는 말은 "나는 그렇지 않아" 혹은 "모두가 그렇지 않아"일 것입니다.

그런 주장에 대해 저자의 답변을 적어봅니다.

'모든 남자'가 그러진 않겠죠. 네. 근데 인종 불문하고 '모든 여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비슷한 차별을 한 번씩은 겪는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전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가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종차별이든, 성차별이든, 장애인 차별이든, 그것이 '일부'의 책임이라고들 하잖아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라고 얘기하죠.

그렇지만 한 번 생각해 보면, '겨우 몇 사람들'이 그 사람들 모두에게 비슷한 경험을 겪게 한 건 아닐 거예요. 모두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화를 만들거나 이어가는 데에 우리가 작은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본문 p258-259)

저는 개인적으로 해외 출장을 자주 가는 직종에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겪는 차별 또한 많이 겪었지요. 이스라엘에서 제 아들뻘 되는 녀석이 저를 향해 양쪽 눈을 찢으며 동양인을 비하한다던지, 대뜸 한국 사람이 개를 먹는 민족이라며 한국인 전체를 매도한다던지 하는 일이었지요.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 때는 소위 말해 주류(?)여서 못 느끼는 차별을 외국에서 외국인으로 있으면 많이 겪게 됩니다. 그럴 때 차별에 대해 다시금 생각게 하는 경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너는 차별을 하고 있어!"라는 말은 사람들을 분명 불편하게 하고 반발도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네가 차별로 인식하고 겪은 일에 대해 많이 속상했을 거 같아"라고 공감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이 책의 여러 주제를 가지고 자녀와 대화를 하며 자연스럽게 차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음 세대는 조금 더 '덜 차별하고 덜 차별받는' 그런 사회가 될 테니까요.

교육은 우리의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인한 차별을 '의식적인 행동'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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