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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같은 세상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 후기] 까대기 / 이종철 만화 / 보리

by 현명소명아빠 2019. 9. 10.
  • M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 추천 대상:
    •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지만 긴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들
    • 택배 관련 노동자분들의 삶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
    •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신 분들

이 책은 한아름이나 되는 교하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을 회사에서 멀지 않은 월롱 도서관에 반납하러 갔다가 만나게 되었습니다. 창조과학, 신학과 과학 등 제겐 꽤나 무거운 주제의 책을 정독하고 난 직후여서 무겁지 않은 일반도서를 읽어보면 어떨까 하던 중 도서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이미 앉은자리에서 280쪽의 책을 술술 읽을 만큼 잘 읽히는 책이니 더 말 안 해도 되겠죠?

 

도서관에서 둘러 볼 때 일단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까대기"

 

처음엔 어떤 일에 대해서 함부러 따져 묻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가대기(까대기)의 원래 의미는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을 의미하지만 택배 현장에서 까대기는 상하차 작업 혹은 그 일을 전담해서 하는 인원들을 이르는 말로 쓰이더군요.

 

이 책이 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느끼는 이유는 이 책이 소위 "취재"로 쓰인 책이 아닌, "경험"으로 쓰인 책이어서 인 것 같습니다. 실제 저자는 서울로 상경 후 6년을 까대기 일을 생계를 위해 해 오셨고, 이 책에 그 경험이 고스란히 배여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또한 택배 기사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에 대해 과할 정도로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택배 배송 물품 하나당 대략 700-900원(부가세 제외)의 수수료를 받는 데 비해 밤 늦게까지 배송을 하다가도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와야 하고, 수시로 배송 재촉 전화에, 배송 중 파손이라도 되면 본인이 배상해야 하고, 상하차 중에 비라도 오면 그야말로 생난리가 따로 없게 됩니다.

 

본인은 비를 맞아도 배송 물품은 젖지 않게 해야 하고 허리가 나가고, 몸살이 걸려도 다음날 묵묵히 다시 그 자리에 서야 합니다. 하나라도 더 빨리 나르기 위해 손이 아파도 장갑을 끼지 않고, 그나마 있는 장갑도 쓰고 또 써서 냄새가 진하게 배고 닳아서 형편없어진 것을 쓰더라도 빨리 나가는 것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택배회사에서 택배 지점으로 위탁을 하고, 택배 지점에서 택배 기사와 위탁 계약을 해서 택배 기사는 건강 수수료만을 받습니다. 그 말은 대부분 택배 기사분들은 자기 소유 차량으로 개인 사업자로 일하고 계시고 그 말은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비는 본인이 부담한다는 것이죠.

 

아프다. 사고가 났다. 그 어떤 것도 합당한 사유가 되지 못하고 단지 배송을 못하거나 늦어지면 그 모든 것은 계약 위반이 되어 기사 책임으로 돌려지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택배사끼리 택배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을 치열하게 하면서 대형 택배사는 몸 짐을 키웠지만.. 5천 원 이상하던 택배비는 700원, 600원까지 떨어져서 예전보다 몇 배로 배송을 해야만 삶이 유지가 되는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날은 명절 시즌이라서..

가을은 농산물 수확 시즌이라서..

김장철엔 무거운 절인 배추가, 그리고 얼마후엔 자식들에게 정성 들여보내는 김장 김치가..

그분들이 어깨와 허리를 무겁게 합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으며 모든 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고생을 합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이분들의 삶을 알고 나니 적어도 배송이 늦다고 항의전화는 못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신다고 정중히 인사를 드리며 감사한 마음으로 택배를 받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을 즈음, 딸네미가 옆에 지나가며 

 

"아빠 이 책 재밌죠? 그 사람들 정말 불쌍해요."

 

라고 이야기 하며 지나가길래, 제가 딸을 다시 불러 세워서 '정정'해 주었습니다.

 

"그분들이 하는 일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불쌍한 건 아니야! 그분들은 힘들지만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계셔. 그런 그분들의 삶을 우리가 함부로 평가해선 안될 거 같아"

 

소위 말해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남의 눈에 피눈물 흐르게 하는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이 분들의 삶이 백배 천배 가치 있고 귀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분들이 땀과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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