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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같은 세상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 케이트 에번스 / 푸른지식

by 현명소명아빠 2019. 11. 21.

M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 추천 대상:
    •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반복되어 만나는 이들이 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는 분
    •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고민과 전혀 다른 처지에서 전혀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을 알고 싶은 분

이런 류의 책을 읽고 소개하면 꼭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넌 난민 이주에 찬성이란 말이야? 그게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는 생각이나 해봤냐?"

 

-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 카테고리 안에서 나누고 있는 책들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읽고 나누고 있는데요.

 

1. 나의 닫힌 시선과 무지에서 탈피하여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2. 나처럼 알지 못해 관심 갖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나누자

 

입니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난민 이주에 찬성하는 이들도, 반대하는 이들도 나름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들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몰라서...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찾아 읽고 나누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케이트 에번스는 영국의 만화가입니다. 동시에 그는 프랑스의 항구 도시 칼레의 난민촌이 없어지기 전까지 그곳에서 사람들을 돕던 자원봉사자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카테고리에서 나눴던 책들의 공통점이 있네요. 모두 만화책이고, 모두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일에 대해 책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간혹 국제 뉴스에서나 정말 드물게 다뤄지고 있는 국제 난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주된 장소인 칼레의 난민촌은 인근 여러 나라에서 모인 난민들이 모여 있던 곳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리아, 시리아, 이라크 등등

 

그 장소들은 IS나 테러로 유명한 나라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게 사실이고, 그로 인해 많은 난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난민 이주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 아들처럼 12-13살 정도 되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공부 때문에 학원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지 못하고 집을 짓는 것을 돕고 오늘 하루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애쓰고 전쟁과 내전동안 죽임을 당한 부모님 생각에 잠 못들 기도 합니다.

 

이 책 추천의 글에도 나와 있지만.. 어떤 이들은(저를 포함) 왜 그들이 그들의 온 나라와 같은 무슬림 국가로 가지 않고 유럽으로 와서 이런 사단을 만드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돌려 보면 그들도 부모이고,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녀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한 명의 부모이자 남편이나 아내라면.. 안정된 생활이나 자녀의 미래를 위해 유럽을 선택하는 것을 마냥 탓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도 자녀를 위해서 얼마나 희생하며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난민들이 겪었던 끔찍한 과거에 집중하기보단 우리가 흔히 선진국으로 아는 나라인 프랑스와 영국이 난민들에 대해 얼마나 끔찍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를 잔혹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난민촌 외곽을 걷던 사람들이 무차별 폭행을 당합니다. 그들을 때리고 거반 죽인 이들 중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이들이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어떻게든 도우려 애쓰지만 준비된 재원은 늘 부족하여 사람들의 삶은 비참함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그것에 감사하며 사는 이들의 터전을 끝내 정부에서 짓뭉개버립니다.

 

새로운 난민촌을 건설하지만 컨테이너 박스에 울타리, 환한 조명, 생체시스템, 사생활은 전혀 없고 조리시설조차 없는 그런 곳입니다. 그나마 그런 곳조차 원한다고 다 갈 수 없습니다.

 

임산부들이 주로 머무는 됭케르트 캠프는 배수로는 수몰되어 모든 바닥이 진창에 물웅덩이 상태인 곳입니다. 그런 곳에 담요와 침낭 마른 침구는 반입금지되며, 목조 건축물을 짓지 못하게 하여 진창 위에 텐트를 치는 것이 고작입니다.

 

밀수조직들이 그들에게 와 달콤한 말로, 그러나 뒤이어 잔혹한 폭력으로 그나마 작은 희망을 갖고자 하는 이들을 다시 한번 밟아 버립니다.

밀수조직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 보자.
지금부터 난민을 홍수에 비유해 보자.
수백만 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칼레에 울타리를 치고 감시를 강화하는 일은 물이 흐르는 개수대를 마개로 틀어막는 일과 같다. 하지만 물은 계속 흘러들어온다.

영국으로, 왜 그럴까? 아마 영어를 쓰는 나라여서 소통이 쉽고, 영국이 공정하고 관대할 것이라는 (아마도 잘못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난민들은 눈앞에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아픔이 있다. 그래서 영국에 사는 친인척과 재회하려는 마음이 더 간절한 것 같다.

개수대를 마개로 막아 버리면 물은 불어나 밖으로 넘친다. 물은 왜 넘치게 되었을까?

영국이 그들 땅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총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쟁 무기를 팔아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잿더미가 된 나라에서 극단적인 종교 무장세력인 이슬람 국가(IS)와 탈레반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이들은 미친 듯이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다닌다.

당신에게 어린아이가 있다고 상상해 보라. 전 세계 난민의 절반이 아이들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 정부가 도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내일이면 테러단이 마을을 덮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떠나지 않겠는가?

영국으로 가는 오직 유일한 방법이 밀수조직을 통한 것이라면 사람들은 거기에 매달릴 것이다. 우리는 부도덕한 사기꾼들이 약자를 먹이로 삼는 시장을 만들어 냈다. 폭력배들은 피해자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영국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를 싣고 적발된 차량의 운전자는 벌금 2000파운드를 내야 한다.

우리는 난민들에게 몸값을 매긴 셈이다. (본문 p73)

 

우리에게 안정된 삶과 자녀를 위한 노력과 수고가 있는 삶이 있다면, 마땅히 다른 이들도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열다섯 아이가 경찰 곤봉에 머리가 깨지고, 임산부가 경찰에게 뺨을 얻어 맞고, 강제로 사진을 찍히는 삶을 그들보고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민 반대자들은 그들이 만들어낼 사회 문제를, 이민 찬성자들은 그들이 가져올 경제적 이득과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안이라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바라보기 이전에 같은 사람임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먼저 전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삶으로 보여주셨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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