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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같은 세상을 사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저 청소일 하는데요? / 김예지 / 21세기북스

by 현명소명아빠 2019. 11. 4.
  • Main category: 일반도서 - 세상을 알자!
  • Subcategory: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 추천 대상:
    •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지만 긴 여운을 느끼고 싶은 분들
    • 우리가 공식처럼 생각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신 분
    • 편견과 스스로와 계속해서 싸우고 이겨나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

이 책은 파주 교하도서관에 전시되어 있는 책들 중에 제목이 인상적이어서 고르게 된 책이고요, 자신이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일상에 대해 자전적인 내용을 조금은 투박하고 심플하지만 예쁜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는 책입니다.

 

어쩌면 이 책은 저자가 경험하고 있는 삶 자체를 나누고 싶은 것만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책임(경제적 책임 포함)을 질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누고픈 마음을 전하는 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창 시절 무언가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미래를 꿈꾸는 학생이라는 뜻이었고, 모두들 응원해줬다.
그에 맞는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부모님의 지원 아래 꿈을 꿨다.
그렇게 대학까지 졸업하면 여태껏 꿈꿔온 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되지 못했다면?
이젠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할 시기인데 
하고 싶은 일로 생계를 책임지기 힘들 때
어떡할 거니?
무턱대고 버텨볼 거니?

그럴 수 없다는 걸 우린 잘 안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 나를 책임진다.
그러니 열 받는 상황에서도 
너무 힘들어도
우리가 보았던 부모님처럼
그 지겹고 힘든 돈벌이를 쉬이 포기할 수 없다.
나의 꿈은 아직 저 먼발치에 있지만
일단 한발 앞에 있는 생활이 먼저다.

우린 그렇게 돈 버는 어른이 됐다.
(본문 p18-21)

마치 공식과 같이 좋은 직장을 위해선 좋은 대학교, 좋은 대학교를 위해선 좋은 고등학교, 좋은 고등학교를 위해선 좋은 중학교, 좋은 중학교를.... 우리는 이런 공식 아닌 공식을 스스로의 삶에 적용하거나 혹은 자녀를 키우시는 부모님의 경우 아이들의 삶에 적용하는데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습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고, 누구나 다 가는 길, 방법인데 나만 혹은 우리 아이만 안 간다면 뒤쳐지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직업에 대한 편견에 자유롭지 못하는 현재의 사회적 인식 또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결국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다른 방식으로 성장시키는 마음을 먹었다가도 금세 원점으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우선순위로 두고 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데, 그것이 바로 청소일입니다. 사회적으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고생스러운 일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선택했고 우선순위를 두었고, 그에 맞게 직업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구한 직업이 청소인 것이죠.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조차 부모에게 미뤄둔 채 혹은 고민하고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보내는 청소년들이 대다수일 텐데..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도, 꿈을 핑계로 어리광 부리지 않고 책임질 줄 아는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모두 박수를 보냅니다.

다니던 회사를 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유 중 하나인 '그림 그리기'를 하고 싶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포폴도 만들고, 학원도 다니고, 이력서도 썼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통장 잔고도 떨어지고...
어쩌냐..

원하던 회사에 줄줄이 낙방해서 가고 싶은 곳이 없어졌고, 돈도 없어졌다.
그때 엄마가 이 일을 제안했다.
시간 조절이 되니 남는 시간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시간엔 꽤 괜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나도 회사보단 프리랜서를 원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고정 수입 보장이 어려웠다.
고정 지출이 있는 나였기 때문에, 고정 수입이 절실했다.
그런 나에게 이 일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졌고, 현재에도 그 장점은 유효하다.

그래서 나는 선뜻 이 일을 하게 되었다. (본문 p23-26)

 

그러나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에 대해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고 싶어 지는 법이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직업을 물어볼 때, 미래를 생각할 때 한 번씩 잔혹하게 무너지는 경험은 저자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림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청소도 너무 힘들 때
친구들을 만나면.. "잘 지내고 있지.."
대부분 잘 지낸다고 말한다.
혹은 "힘들지.."라고 말해도
"그래도 힘내야지" 금세 긍정 봇이 된다.
그러곤 집으로 돌아올 때 '사실은 안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진짜 마음은 결국 내가 달래야 하는 것

그대들의 노고에 굳이 내 안 괜찮음을 공유하기가 미안하더라
그러니 내 마음아 내가 잘 들어줄게. 진짜로 괜찮아질 때까지. (본문 p34-36)



가끔 반복적인 일을 할 때면 인생이 지루하게 느껴져.
그 반복의 소중함은 어느새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지.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알고 해내야 하는 일인 걸 알지만
왠지 모르게 도망가고 싶어 져
그럴수록 같은 일이지만 무겁고, 버겁게만 느껴지네?
난 이 굴레에서 어쩌면 좋을까?

책임감 없는 사람은 싫어. 그렇다면 어떡하지?
또다시 괜찮아지길 기도하지.
분명 예전처럼 제자리로 갈 거야.
도망가는 길 말고 당당히 벗어나거나 현재를 충분히 인정해야지.
그렇지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본문 p43-45)



엄마와 청소 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처음은 단순히 생계 해결이었다.
하지만 이내 다른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작한 후 친구들에게 말을 하려니 부끄러움 같은 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말문이 막혔다. 비밀을 고백하는 사람처럼.
그리고 말했을 때 그들에게서 찰나의 멈칫함이 느껴졌다.
복잡한 표정이었다. 나도 말한 후 멈칫했다.

'무슨 생각 중일까?' 그리고 꼭 설명해줬다.

회사에 입사하거나 자신에게 맞는 직종에 들어갔을 때 그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던가?
그러나 나는 필요했다.
그렇다.
대졸 20대 여성이 선택할 직업은 아니었다.
직업이 갖는 개념이 무엇인지 아니깐.
그래서 창피했던 거다. 
그렇지만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완벽한 일이니깐.
거기다 직장 스트레스, 야근 걱정 안 해도 되고, 
나쁘지 않은 수입, 원하는 시간 조율 등 힘들고 불편한 것도 있지만
확실한 좋음도 분명 존재했다.
그래서 이 일을 하고 있다! (본문 p56-60)



인생에서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그 선택이 귀찮아 타인에게 미룰 때도 있다.
이때부터 차이가 시작된다. 

나의 선택은 결과에 따라 내가 책임을 지게 된다.
축하도, 원망도
그러나 남에게 미뤘던 선택에서는 원인을 찾는다. 
잘 된 결과는 다행이지만 나쁜 결과는 네 탓!
이걸 강요한 네 탓!
나는 피해자!라고 떠들어봤자 결국 결과는 내 몫.
이러나저러나 내 탓.
선택에서 오는 위험함이냐 타인에게 미루는 도피냐.
사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탓해봤자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것. (본문 p100-103)

 

책 말미에서 저자는 강연도 다니고, 그림 관련 의뢰도 받고, 여러 환경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청소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굳건해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의 저자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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