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 한겨레출판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22106437
앞서 라디아 무라드의 '더 라스트 걸'이란 책의 후기를 통해 야디지 부족 특히 여성들이 ISIS에게 어떠한 끔찍한 일을 당했는지를 읽고 나눈 바 있습니다.
더 라스트 걸이 그 사건의 과정과 그 사건을 겪은 저자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와 그 사건들의 끔찍함에 촛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 '관통당한 몸'은 전 세계에서 야디지 부족의 여성들이 겪은 것과 유사하게 혹은 더 끔찍하게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아픔과 만행을 고발하는 책입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책을 읽다 말고 더 읽기를 멈추고 몇 번이나 잠시 거실이나 사무실 밖을 거닐어야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는 여태껏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풍요와 번영 그리고 기술적 진보로 상징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구 한편에서는 마치 고대 근동 사회의 모습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영향을 주고, 그 피해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목도함에 따른 슬픔일 것입니다.
물론 저는 한발자국 아니 안전한 벽 너머에서 이 책을 읽고 있고, 나의 아내와 딸이 그런 일을 겪을 확률이 거의 없는 것에 안도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가치는 우리가 운 좋게(!!) 안전한 벽 안에 거하고 있는 사이에도, 이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함을 이 책은 깊이 상기시켜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15개의 챕터로 나누어 집단이 여성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폭력과 강간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록을 적고 있습니다. 목차만 봐선 구분이 안되기에, 어떤 사건을 각 챕터에서 다루고 있는지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1 야디지 소녀를 만나다
2 죽음보다 끔찍한 범죄
- 이라크 거주 야디지 부족 여성들에게 ISIS가 저지른 만행
3 보코하람에게 빼앗긴 소녀들
- 나이지리아 치복 마을의 여성들에 대한 보코하람(이슬람 전통만을 지지하는 급진주의)의 만행
4 로힝야의 비극
- 미얀마(버마)에서 자행된 이슬람 주의 로힝야 족에 대한 인종 말살과 강간 사건
5 수십 년 동안 감춰진 고통
- 파키스탄 군에 의해 자행된 방글라데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강간 사건
6 역사를 바꾼 르완다의 여성들
- 르완다 타바족에 의해 자행된 투치족 여성들에 대한 인종말살과 강간 사건 / 르완다 인구 800만명 중 80만 명이 100일간 살해된 사건
7 보스니아의 무슬림 여성
8 이것이 제노사이드다
-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정부군에 의해 자행된 학살과 강간/강간 수용소 운용 / 강간이 의도적 테러의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
9 강간 군대와 사냥의 시간
- 2차 세계대전 중 러시아 군대에 의한 의도적 강간 만행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전쟁 중 자행된 강간 사건에 대한 내용
10 삶을 도둑맞은 아이들
- 1976-1983년 동안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된 고문, 실종, 감금 및 학살
11 목숨을 건 구조 작전
- ISIS에 의해 학살/;강간 위기에 빠진 야디지 부족의 구출 및 피난에 앞장선 인물 '압둘라 쉬림'
12 정의의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
- 니네베 법정에서 진행된 ISIS 대원 및 부역자들에 대한 재판 내용
13 닥터 미러클과 ‘기쁨의 도시’
14 생후 18개월의 생존자
- '세계의 강간 수도'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자행되는 여성 강간 현실 / 하루 1000명의 여성이 강간당하며, 콩고 동부 여성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강간당한 만행에 대한 고발
15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의해 필리핀에서 자행된 '위안부' 사건
이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런 글을 남깁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운 좋게(!!) 이 책의 여성들이 겪은 일들을 피해 간 우리에게 말이죠.
어쩌면 안전한 집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는 이 모든 일이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문제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여성들도 이런 일이 자신에게 결코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분쟁지역 성폭력은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문제다. 콩고의 한 여성이 말한 것처럼 숲에서 시작돼 계속 타오르는 불과 같다. 침묵을 지키는 한 우리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도 괜찮다고 말하는 일에 공모하는 것이다.
나는 이 이성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겸손해졌고, 무덤 속에 있는 이들이 운이 좋았다는 그들의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내게 그들은 투사만큼이나 용감한 영웅이다. 그들은 그렇게 인정받아야 한다. (p476)
이 책을 읽으며 왜 내가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에 대해 알아야 하고, 책을 읽어야 하고, 이런 글을 통해 나눠야 하는지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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