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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집사 어디가~ 시즌2

[시즌2 #50] 아... 하나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셨어야 했나요?

by 현명소명아빠 2021. 4. 26.

김집사 어디가 시즌2 #50

아... 하나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셨어야 했나요?


셀모임에서 함께 말씀을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출애굽기 4장 본문 말씀을 바탕으로, 떨기나무에서 모세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모습 그리고 지팡이가 뱀으로, 품에 넣은 손에 나병(한센병)이 발생하는 이적, 그리고 당장 보이진 않았지만, 나일강물이 피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시는 장면까지.. 무언가 장엄하고, 성경에 나타난 여러 사건 중 손에 꼽히는 스케일의  이야기인 출애굽 사건의 시작이 보이고 있는 장면에 대해 나누고 있었지요.

 

그러나 우리의 김집사.. 역시나 생각이 삐딱해서인지.. 이 장면이 곱게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나눔을 들으며 다시 말씀을 보는데, 갑자기 그 장면이 연상이 되면서... 김집사는 속으로 이렇게 하나님께 외쳤습니다.

 

'아... 하나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셨어야 했나요? 뭐 파시려고 하시는 것도 아니신데...'


물론 아무근거도 없이 김집사가 이렇게 삐딱선을 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이 일의 시작이 되는 '불이 붙었지만 타서 없어지지 않은 떨기나무'부터가 김집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가 보니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으나 그 떨기나무가 사라지지 아니하는지라
이에 모세가 이르되 내가 돌이켜 가서 이 큰 광경을 보리라 떨기나무가 어찌하여 타지 아니하는고 하니
그때에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출애굽기 3:2-4)

그 위대하신 하나님이 모세의 눈길을 끌만한 무언가를 딱 준비해 놓고 있다가, 마침 양 떼를 끌고 그쪽으로 오는 모세의 눈길을 굳이 끌도록 하셨어야 했냐는 것이죠. 무슨 개업식 홍보 도우미도 아니고 말이죠. 그냥.. 딱 가셔서 모세의 뒤통수를 한대 딱 때리시고, 

 

"너 할일이 있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라고 하신들, 누가 반발하겠냐는 것이죠. 그런데 굳이 모세가 신기해서 다시 돌아와서 보게끔 연출하시는 것부터가 김집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거 보러 온모세에게 친절하게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시며, 자기소개까지 해주십니다. 그리고 너는 무엇을 할 것이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거야라고 친절하게 조목조목 설명해 주십니다. 뭐..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고 치겠습니다. 김집사 주변에도 아주 가끔씩.. 정말 어이없이 착한 분들은 이렇게는 해주시니까요. 문제는.. 모세 한마디(성경으로 보자면 '한 절')에 하나님이 너무 많이 부연 설명과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모세의 태도도 문제입니다. 심보가 꼬여도 단단히 꼬여 보입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자기가 왕자의 지위도 내려놓고 뭐좀 해보려 했는데, 결과는 이 광야에서 양 떼를(심지어 자기 양 떼도 아닌 장인어른 양 떼죠.) 치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날 수도 있고, 40년간 뭐하시다가 이제 와서 나한테 이러시나 싶기도 했겠지요. 김집사도 속에 화가 많은 사람이라 이해는 합니다만.. 뭐 이런 놈(?)이 보여주는 태도를 배알도 없이 다 받아주고 계시냐는 것이죠.

 

아래는 모세의 말들만 모아봤습니다. 김집사가 왜 화가났는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모세가 하나님께 아뢰되 내가 누구이기에 바로에게 가며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리이까 (3:11)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서 이르기를 너희의 조상의 하나님이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면 그들이 내게 묻기를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리니 내가 무엇이라고 그들에게 말하리이까 (3:13)

그러나 그들이 나를 믿지 아니하며 내 말을 듣지 아니하고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네게 나타나지 아니하셨다 하리이다 (4:1)

오 주여 나는 본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니이다 주께서 주의 종에게 명령하신 후에도 역시 그러하니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니이다 (4:10)

오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 (4:13)

당시 이미 나이 80이 되신 노인께 할 말은 아니지만, 인간적으로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긍정적인 피드백은 하나도 없이 대 놓고 '나 하기 싫은데요'를 있는 힘껏 표출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출애굽기 3-4장 사이에 저 5절 외에 나머지는 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죠. 

(출애굽기 3장이 22절, 4장이 31절입니다. 앞 뒤 좀 자르고 해도 50절 가까운 성경 말씀 중 모세가 5절을 이야기 했다면, 대충 봐도 모세 한마디에 하나님께서 10마디 하신 겁니다. 뭐가 아쉬워서 말이죠)

 

아무리 봐도, 이 말도 안되는 대화를 이끌어 가는 분이 하나님이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화를 주도하는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능숙한 언어, 설득력 있는 화술이 있는 사람이 대화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화를 지속하려 애쓰는 사람이 대화를 주도하는 것임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대화는 철저히 하나님이 주도하고 계시고, 굳이 하지 않으셔도 되는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하나님께선 모세와 대화를 시작하셨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계시는 것입니다. 고대 근동에서 어떤 신이 이렇게 했을까요? 고대 근동의 왕국의 어떤 왕들이 이렇게 했을까요? 아니, 지금의 시대에 어떤 회장님이, 사장님이 말단 인턴에게 이런 자세를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어떤 부모가 자녀에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요?

 

김집사는 자신이 왜 화가났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태도로 사랑을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 덕분에 모세보다 더 삐딱선을 탔던 김집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보였던 그 부끄러운 모습이 모세의 모습에서 투영되어 부끄럽기에 괜스레 투덜거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세가 잘한것이 있습니다. 태도는 삐딱선이지만, 그래도 시키는 건 잘합니다. 지팡이 던지라면 던지고, 잡으라면 잡고..(뱀은 꼬리부터 잡으면 100% 물립니다. 광야 생활 40년 베테랑 모세가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죠). 손을 품에 넣으라니 넣고, 나병(한센병)이 하얗게 퍼진 자신의 손을 보면서도 놀라지도 않고 다시 품에 넣었다 뺍니다. 

 

엄청 궁시렁 거리지만, 철저히 수동적이지만.. 그래도 시키는 것은 합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는 사람도 엄청 많으니 그나마 낫다고 할 순 있겠지만, 디 가서 장점이라고 자소서에 적으면 취업은 100% 안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모세의 이런 10000% 수동적인 모습이 하나님을 만나니, 모세의 가장 큰 장점인 '온유함'으로 변합니다. 

 

자신에게 도전해 오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속을 벅벅 긁을때마다, 모세는 자신의 권위도, 위엄도 내세우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백으로 억압하지도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모세는 아론과 함께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합니다. 

 

어디 가도 장점이라 칭함을 못 받을 모습이, 하나님 손에서 가장 빛나는 장점이 됩니다.

 

갑자기 김집사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방 안 치우고, 공부 안 하고, 할 일 미루고.. 그런 모습 볼 때마다 김집사는

 

"너네 그렇게 해서 나중에 어떻게 될지 빤히 보인다."

 

라는 악담(!)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되새기며 김집사에게 주시는 마음은.. 

 

'너는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양육하렴. 그건 내가 너에게 준 중요한 책임이야. 그렇지만, 그 아이들의 미래는 너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해. 그들도 내가 택한 나의 자녀란다. 내가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장 형편없는 모습을, 가장 빛나는 장점으로 바꿀 수도 있으니, 너가 그것을 믿는다면.. 그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네가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해!!'였습니다.

 

올바른 성도로, 올바른 하나님의 자녀로, 올바른 성품과 생활습관을 가진 어른으로 잘 양육하는 것은 부모가 가진 무겁고도 중요한 책임이지만, 하나님께선 그 너머를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세의 모습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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